소설 <마지막 공주>는 자료수집으로부터 출간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난작(難作)이었다, 그것도 이미 작가로서 데뷔한 이후의 기간이었으니, 흔히 말해지는 오랜 동안의 구상을 첫 작품에 쏟아 붓는 경우와는 다른,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의 산물이었다.
이 작품은 이미 2004년도에 일단 소설의 형식을 갖춘바 있었다. 그러나 작품의 입체성이 부족하다 여겨져 2004년 말에서 2005년을 거쳐 개작되었다.
개작이전의 작품은 비록 소설로서의 입체성은 덜하지만 작품의 주제인 1990년대 한국문화사회에 대한문제의식을 강조하는 데는 오히려 더 생생한 서사(敍事)로서 나름대로의 보존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므로, 비록 서적출판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전자출판의 이점을 살려 외전(外傳)의 형태로서 공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마지막공주 외전>은 <마지막 공주>와 상당부분이 중복되어 있다. 그러나 시작과 결말, 그리고 정본(正本)에서 빠진 이야기 등으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얼마 전에 이라크의 교도소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성추행 사건은 세계인을 경악케 했다. 특히 성추행의 주도인물이 여성들이라는 것에서 충격을 더한 것이었다.
이렇듯 평상시에는 수줍고 얌전하기만한 여성이라도 극한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여기서 극한상황이란 자신들이 어떠한 행위를 해도 상대는 저항이나 응징이 불가능한 절대 우위의 입장에 서게 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유사 이래 여성이 그와 같은 환경에 있었던 경우는 빈번히 있었다. 바로 왕조시대의 공주들과 상류계급 여성들은 절대적 위치를 가지고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남성을 뜻대로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는 왕조가 폐지된 사회이다. 신분계급사회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비록 법적인 신분제도는 폐지되었지만 권력과 금력에 의한 차별은 아직도 존재하며 그것은 남녀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분의 평등이 공식화된 현대사회에서도 과연 왕조시대와 같은 불평등한 연애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 그 해답을 독자들로부터 얻기 위하여 이 작품을 내놓는다.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활동무대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환타지적 공간으로서 현실과는 무관하다. 현실사회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다 해도 그것은 주제표현의 수단일 뿐이며 간혹 일부 고유명사가 현실과 일치하더라도 그것은 실제의 사실과 무관함을 밝혀둔다.